거제① 가을바람 싱그러운 푸른 도시
![]() |
거제는 700리(약 275㎞)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특징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문드문 자리한 명소에 닿을 때마다 여유를 부린다면 계획했던 시간이 턱없이 짧게 느껴진다. 거제 여행은 아예 처음부터 시간을 충분히 갖고 돌아보도록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통영을 잇는 거제대교부터 동쪽으로 이동하며 거제를 둘러봤지만 지난해 12월 거가대교가 개통된 이후부터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며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거제 여행의 시작점이 하나 더 생겨난 셈이다.
![]() |
여행을 어느 쪽에서 시작하든 도로는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 아래 엄청난 크기의 배가 건조되고 있는 항구와 도회적인 풍경이 있는 옥포를 지난다. 그리고 이내 한적한 해안 풍광을 품은 도로로 이어진다. 번화한 장승포와 한가로운 지세포를 지나고, 와현 모래숲 해변에 닿으면 해변 언덕 위에 들어선 고급스러운 호텔과 산뜻한 펜션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 풍경은 마치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해안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와현 모래숲 해변이 눈을 매혹하는 곳이라면 구조라해수욕장을 지나 나타나는 학동 흑진주몽돌해변은 청각을 유혹하는 곳이다. 파도가 해안선에 부딪칠 때마다 들리는‘따그르르’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여행자들은 소리에 이끌려 몽돌(자갈)로 뒤덮인 해변으로 들어서 한참 동안 파도와 몽돌이 만들어내는 청아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또 다양한 빛깔과 크기와 모양의 몽돌을 찾아다니거나 납작한 몽돌을 바다에 던져 물수제비를 만들며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한다.
흑진주몽돌해변 인근에는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은‘바람의 언덕’ 이 자리한다. 드라마‘순수의 시대’와‘로망스’, 영화‘종려나무 숲’의 무대가 됐던 곳으로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초록색 풀이 해안 언덕을 뒤덮은 낭만적인 장소이다. 방문객들은 산책로를 따라 한가로이 걷고 멋진 포즈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바다를 향한 벤치에 앉아 소곤소곤 말을 속삭이곤 한다. 언덕 위쪽에 자리한 작은 풍차는 그곳의 분위기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바람의 언덕 맞은편으로는 기암인 신선대도 위치하고 있다.
![]() |
바람의 언덕을 지나 도로의 끝은 ‘거제 해금강’이다. 명승 제2호로 지정돼 있는 이 섬은 수억 년 동안 파도와 바람이 바위를 깎아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사자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해골바위, 돛대바위 등이 있다. 거제 해금강은 유람선을 타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거제도 남쪽 끝에는 홍포-여차 전망도로가 자리한다. 비포장 길을 달려 홍포 전망대에 서면 푸른 바다 위로 대ㆍ소병대도 등 섬들이 점점이 뜬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다.
시청이 있는 고현동은 거제의 중심지이자 최대 번화가이다. 깔끔하게 단장된 거리에는 백화점과 고급 음식점, 호텔, 옷가게 등이 들어서 있고, 고층 아파트도 즐비하다. 여느 대도시의 중심지와 비교해도 결코 시설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바다에서 건조되고 있는 거대한 배들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 |
고현중앙시장 탐방은 거제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어물전으로 들어서면 빨간 고무 대야가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대야 안에서는 물고기들이 파닥거린다. 광어, 우럭, 도미, 오징어, 바닷장어, 해삼 등 싱싱해 보이는 해산물이 가득하다. 상인의 날렵한 칼질이 가해지면 삽시간에 회 한 접시가 마련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제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거가대교이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통영에서 거제대교를 건너 들어와 거제를 돌아본 후 거가대교를 통해 부산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좋다.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는 사장교 2개와 해저침매터널 구간으로 구성된 길이 8.2㎞의 다리이다. 거제에서 부산까지는 기존 2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개통 때는 엄청난 차량 행렬로 몸살을 앓았지만 지금은 빠르게 건널 수 있다.
![]() |
거가대교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은 5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닿는 유호리의 전망대이다. 데크가 설치돼 있는 그곳에 서면 3주탑 사장교가 눈앞에 펼쳐지고, 저도 뒤로 2주탑 사장교도 모습을 드러낸다.
거가대교는 해가 지고 나면 환하게 불을 밝힌다. 하얀 조명이 사장교 전체에 은은하게 퍼지고 수면에 반사돼 일렁이는 모습이 사뭇 낭만적이다.
사진/이진욱 기자(cityboy@yna.co.kr)ㆍ글/임동근 기자(dklim@yna.co.kr)
연합뉴스 2011-10-20 10:22
'가고싶은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거제④ 가까워진 거제의 다채로운 즐거움 (0) | 2012.07.13 |
---|---|
[스크랩] 거제③ 청마기념관과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0) | 2012.07.13 |
[스크랩] 거제② 테마파크‘조선해양문화관’ (0) | 2012.07.13 |
[스크랩] [거제] 해수욕장에 캠핑장까지 고루 갖춘 남해의 파라다이스 (0) | 2012.07.13 |
[스크랩] [통영 장사도] 다리 하나 놓였을뿐… 어디 `인공`의 천박함이 있으랴 (0) | 2012.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