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에서의 하루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잔 하였다. 내일 일정은 새벽에 태백산 정상을 오를 계획이었다. 인터넷으로 태백산 일출을 사진으로 본 사실이 있지만 이 눈바람 속에 그것도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은 새벽에 정상을 오른다는 것은 추위에 고생깨나 하겠다 싶다.
지난해 술로서 아픈 추억을 경험한 명래형은 그 좋아하던 술을 절제를 한다. 가장 저질 체력을 가진 나는 호철형과 소주를 주고 받거니하며 제법 몇잔을 기울였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서는 선 경험자인 명래형이 후레쉬를 비롯하여 꼼꼼히 챙겨 주었다.
새벽에 몇 번이고 잠에서 깨었다 잤다를 반복한다. 4시에 일어나 짐을 꾸리고 4시 반 경에 숙소에서 출발하였다. 한참을 달려왔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어제 저녁에 준비해 두었던 후레쉬를 가져오지 않았다. 명래형이 그렇게 정성스럽게 챙겨주었는데...
등산로 입구에는 관광버스로 이미 등산객들이 많이 와 있었다. 우리도 아이젠을 착용하고 출발하였다. 후레쉬를 가져오지 않은 나는 명래형이 비스듬히 비춰주는 불빛에 의지한 채 오르고 또 올랐다. 명래형한테는 미안하지만 후레쉬를 가져오지 않은것이 천만당행이다 싶었다. 장갑을 끼었다지만 추위가 장난이 아니었기에 호주머니에 손 넣고 걸을 수 있었던 것은 후레쉬를 가져오지 않은 탓이었다.
한참을 오르니 어제 먹은 술이 문제인가 갑자기 토가 나온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였다. 서울에서 온 팀인지는 몰라도 어떤 사람이 꾸준하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꼴랑꼴랑 오르다 다른 등산객을 추월하고 힘들 때 쉬면서 추월당하고를 반복하면서 약간 짜증나는 등산을 한다. 모르긴 몰라도 그 사람은 등산을 잘 못하는 사람 같았다. 추월과 추월당함을 반복하다보니 다른 등산객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는 것 같았다.
7부능선쯤 오르니 여명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걸음이 늦은 나는 명래형더러 내 생각하지 말고 빨리 먼저 가서 여명을 담으라고 하였다. 나도 힘을 내어 열심히 올랐다.
정상 가까이 다가가니 진사들에게는 국민포인터가 있었고 명래형은 그 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도 빨리 준비하여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는데 문제는 힘들게 오를 때는 몰랐는데 눈 위에 서서 사진을 찍을려고 하니 오르면서 몸에 땀이 나고 이마에 땀이 흐른것이 얼기시작하였다. 이마의 땀은 고드름이 되었고 몸속에는 차가운 냉기가 받치기 시작하였다. 손가락, 발가락이 아려오기 시작하였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일기예보상에는 영하21도라지만 체감온도는 영하30도 이상 되는것 같았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것은 무릎에 핀은 박은 것이 냉기를 받아 뼈속으로 냉기가 전달되어 무릎주변이 아려오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 힘든 것을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은 여명과 함께 일출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에 힘이 나고 참아내는 용기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태백산 일출일것 같다.
후레쉬와 끝까지 안내에 고생하신 명래형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참고로 호철형은 작년에 고생한 경험이 있는지라 따뜻한 호텔방에서 우리들이 갔다오기를 꿈꾸며 기다리고 있었다.